가슴에서 솟아오른 카라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 마음으로 뛰어들어 파고를 만드는 카밀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하라와... 지상에서는 다시 볼 수 없을 그녀의 무대를 보았습니다.
1.
하라가 아팠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첫 무대 말미에 조명이 꺼진 후 쓰러져 실려나갔어요.
첫 등장부터 하라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느껴 졌는데,
결국 투나잇 무대에 하라가 보이지 않았고, 규리가 뭔가 설명을 하며 양해를 구하더군요.
그후, 몇곡을 하라 없이 네명이서 무대를 꾸렸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갑자기 하라가 빠져버린 라이브 무대를 보는 카밀의 심정...
네명 때문에 응원은 열심히 하면서도, 온통 하라 걱정에... 조여드는 가슴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솔로무대마저 하라를 빼고 네명만 진행할 때의 불안감은... 끔찍했습니다.
다행히, 솔로무대 후 하나비 순서에 하라가 다시 나왔습니다.
무대에 다시 선 하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모르겠어요...다른 분의 시선엔 어땠는지.
목마 위에 앉아있지만, 힘 하나 없이 그 눈마져 풀려있는 창백한 하라의 얼굴.
그 상황에서 둘중의 하나를 부르는 스크린 속의 하라 표정을...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2.
도저히 제가 좋아할 수 없는 데습은 당연히 싫어했겠지만,
오사카성홀 콘서트장에 들어가는 카밀들에게 A4용지에 <KARA..ing>라고 인쇄된 종이가 비공식적으로 배부되었습니다.
그 종이 뒷면에는 한글과 일본어로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한글 표기 일부를 옮겨 적습니다.
1. 이 종이는 "지금 전하고 싶은 말, 고마워요"를 부르기 시작하면 KARA에게 보이게 들어주세요.
2. 규리, 승연, 니콜, 하라, 지영의 5 명으로 KARA를 앞으로도 계속해 달라는 마음을 담아 "KARA..ing"라는 메시지를 KARA에게 주고 있습니다(우리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KARA의 가족, Kamilia입니다. 우리 Kamilia는 규리, 승연, 니콜, 하라, 지영의 5명의 KARA를 앞으로도 쭉 응원합니다)...(하략)
하지만, 현장에서 안전요원에게 압수당하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과연 이 시도가 어찌될지, 솔직히 낙담도 조금 됬었습니다.
그런데,
콘서트 말미, 독립무대에서 KARA 애들이 <지금 전하고 싶은 말, 고마워요>를 부르는 순간,
1층 아레나와 2층, 3층의 카밀리아들이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 KARA애들을 향해 드는 겁니다.
걱정하고 낙담했던 마음이 부끄러울만큼, 정말 많은 카밀들이....
팬들을 향해, 팬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KARA를 바라보며,,
카밀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 <KARA.. Ing>를 펴보였습니다.
결국... 다른 아이들은 멀리 있어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곤돌라를 타고 제 앞을 지나던 지영이는,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메인무대에 도착해서도 제대로 노래를 이어가지 못할만큼... 그렇게 울었습니다.
저와... 그리고 많은 카밀들과 함께.
3.
무대에서 쓰러질 만큼 아팠습니다.
저 악바리가....스테이지 하나와 솔로무대를 포기했어야 할만큼.
겨우 나와서도, 누가봐도 아닌걸 느낄만큼 창백하고 힘을 잃은 모습이었어요.
누누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하라에게,
오사카성홀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며 '다이조브'를 외쳤습니다.
젖먹던 힘을 다해 끝까지 안무와 자신의 파트를 감당하는 하라를 보며,
정말 잘했다고... 그만하면 너무 훌륭하다고 칭찬할 수밖에 없을만큼,
하라는 남은 무대를 완벽하게 마쳤습니다.
열정의 <스텝> 무대까지 마쳤고, 하늘엔 은색 피날레 테잎까지 축포와 함께 나부꼈습니다.
그런데, 멤버들 모두가 퇴장한 무대에 하라가 남아 일본어로 뭐라뭐라 멘트를 하더군요.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지만,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라의 표정이,
하라의 음성이,
하라의 몸짓이...
제 마음에 말을 하더군요...
미안했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악기가 설치되고,
밴드가 등장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정열적인 레드와 블랙의 의상으로 갈아입은 하라가 무대에 나타났습니다.
이미 그때부터,
제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악바리라서가 아닙니다.
책임감이 강해서도 아닙니다.
하라는...
카밀을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을 이토록 사랑하는 카밀들을.... 이대로 돌려보낼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창백한 모습에 피처럼 빨간 무대의상을 입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 ㅜㅜ
오늘 제가 들은 음악은,
성대로, 몸으로 부른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하라의 솔로무대는,
그녀의 영혼이 그대로 드러난 무대였습니다.
짧지 않은 그 솔로곡 동안,
그녀의 영혼도,
나의 영혼도,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카밀들의 마음도...
다 같이 하나로 울렸습니다.
저 작은 하라의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져 울려퍼진 영혼의 노래를 통해.
지상에서,
오늘 같은 무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상상을...
앞으로도 감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Greatest Hara